2009년 11월 18일 수요일

꿈열흘밤 4

꿈 열흘 밤 or 꿈, 가능성의 극장

#. "배경막이 올라가고 뒤로 겹겹이 드리워진 빨간 커튼이 차례로 걷히며 낡은 극장이 보인다. 극장 위에는 세 배우가 서 있고 배우가 서 있던 극장무대는 점점 작아져 배우들의 얼굴에 꼭 맞게 된다.(배우 1: 무대 위를 오르내리며 심호흡을 한다)" 전소정, <꿈의 이야기-순이Story of a Dream-Suni>(2009) 중.

극장에 관한 수많은 은유와 놀라움을 적은 호들갑스러운 관찰기 사이에서도 <꿈의 이야기-순이>에 등장하는 '점점 작아지는 극장'의 묘사는 특별하다. 작가는 배우들의 얼굴에 꼭 맞게 된 작은 무대를 목탄 드로잉으로 그려냈다. 우리는 영상을 통해 촬영된 오묘한 극장 속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 극장 속에서 배우들은 무대에 꼭 맞는 얼굴로 성큼 다가오다 못해 관객들의 코끝에 닿을 만큼 가까운 얼굴 그 자체로 세계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심호흡 하는 척 무대 위 아래를 오르락내리락 한다. 극장의 틀 자체가 극장의 볼거리가 되고 무대 자체가 환영이면서 동시에 그것의 배경이 된다.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미 시작되어 한껏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지도 모르겠다. <꿈의 이야기-순이>에 등장하는 이들은 미치광이 삐에로들처럼 종잡을 수 없다. 슬펐다가 웃었다 하지만 움직임은 낮고 목소리는 없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 조선족 노동자들은 자신의 갈등에 대하여 진지하게 보여줄 듯 하다가 꿈 속 한 자락인 듯 금새* 총총 사라진다. 세상의 끝을 알고 있다는 듯 어른의 표정을 짓던 아이 셋은 모여앉아 모래놀이가 지루하다고 투덜거린다. 시간제 직원은 '시간이 없다'고 소리치고, 댄스 교습소에서 사람들은 '춤추고 있는 지금 순간이 현실'이라고 믿으며 누군가의 동작을 따르는 한 무리가 된다. 이 동시다발적 이야기는 작가가 꿈에서 보았던 이미지들과 실제로 독일에서 댄서로 살고 있는 한국인 순이라는 여인을 만났던 경험의 섞임이다. 그리고 동시에 동굴벽화에 붙어있을 것 같은, 희미하지만 강렬한 기운이 느껴지는 종이 드로잉들이다. 얇고 평평한 종이를 손으로 움직이면 이동하는 듯 대상을 드러내는 카메라의 간단한 환영-원리를 통해 <꿈의 이야기-순이>는 작가의 꿈 안팎을 넘나드는 움직이는 영상으로 둔갑한다.
극장 관객일 때 우리는 관대하다. 영사기를 통해 반사된 이미지와 이야기가 이내* 완결된 모험담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다른 '꿈'이라는 배경 막을 만천하게 깔아놓고 서 말이다. 그래서 극장 안으로 들어온 이야기들의 애초 파편적이었던 공간은 완결된 서사구조를 가진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하나의 공간으로 몰려든다. 하지만 전소정이 만든 극장은 넓으면서도 좁고, 여러 등장인물들이 춤을 추면서도 한 사람의 춤인 듯 자기 고백적이다. <꿈의 이야기-순이>에서 작가는 자신이 꾸었던 여러 날 밤의 꿈들을 불러내고 공간은 여전히 여러 곳인 채로 여러 등장인물들의 좁고도 무한한 무대가 되어준다. 하늘을 나는 코끼리의 등을 타고 이동하는가 하면, 섬 머너 무대 저 편과 또 다른 무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듯 다양한 도형의 형태로 관계를 맺는다.
세계의 극장은 꿈이 현실과 교차되는 공존하는 공간이다. 전소정은 꿈을 기억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으로서 극장을 자유롭게 꿈꾸고 실제 현실 속에서 <일인극장>이라는 소규모 무대를 만들어 보였다. 자기 충족적인 극장이 아니라 여러 명의 '일인'이 무대의 배우가 될 수 있는 극장으로서 전소정의 <일인극장>은 작은 구성으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꿈의 이야기-순이>에서 등장했던 '작아지는 극장'은 다음 작업인 <일인극장>(2009)에서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구현된다.

#. "무대는 완전히 어두워진다. 조명이 들어오고 여자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주위로 철제 크레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여자들은 건반을 두드리며 노래를 한다. 낡은 기계 앞 전구는 곧 나갈 듯 깜빡깜빡 거린다." 전소정, <꿈의 이야기-순이Story of a Dream-Suni>(2009)의 텍스트 중.

꿈을 시각화하기 위해 전소정은 극장을 만든다. 그가 만들었던 극장의 특징들은 어린아이들이 믿고 있는 환상의 체계와 닮아있다. 극장의 위치, 극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문을 열어야 하나? 현실은 꿈을 쫓고 꿈은 현실을 모방한다. 꿈 속의 기억을 잡기 위해 작가는 철저하게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광대같이 하고 싶다 그러면 최대한 그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옷이 필요하다. 손인형이 필요하다. 제작해주는 방향으로.
-고해소. 무대를 만들어 어떤 공간에 가야지만 하는 행동들이 있다. 제가 야간 부실한 무대를 만든 정말 약속하고 최소한의 장치를 만든 이유였던 것. 같다. 다른 어떤 감정으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만들어준다.
세 명의 만든 연극, 그게 그런 연극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 굉장히 클로즈업된 무대가 있으면 얼굴이 꽉 차는 보는 사람도 딱 들여다보면 그게 무대가 되게, 그래서 이야기의 초점이 맞춰지되 표정으로 읽어지는 극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드로잉에서 먼저 보인 것 같다.
전소정이 만든 무대, 그러니까 '일인극장'은 간소하기 이를 데 없다. 일인무대를 만들기 무대를 만들기 위한 장치를 무대 판이랑 프레임이랑 천 같은 것. 그런 거를 편한 공간에 가서 진솔한 이야기 공간에 가면 좋겠다 이야기를 했는데. ---연극에서 액자화 faming/ 무대를 만들고 옮기고. 포터블하게 만들고 싶었다. 한국 가서 보완해서 만들어야지 생각을 했다. 실제 웹상에서 내 작업에 참여하고 싶은데 멀리 있으면 머리 있으면 우편으로 접어서 보내준다. 어떻게 해서 조립해서 녹화 버튼만 눌러서 할 수 있는 촬영이니까. 업로드 /밀고 가는 사진 하지만 일인극장을 극장으로 운동하게 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은 하나의 모험담이자 상상력 많은 상담가의 비망록이 되었다. 하나 하나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진행하는 것.
그런데 조명이 탁 켜지는 순간 휘파람을 불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찬 이야기가 과연 있을까. 세계는 정말 이렇게 경이로울까? 모래놀이를 지루해하고, 이렇게 늙어서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꼬마의 말장난이 우화처럼 머리를 후려치는 것 같기도 하다.
작업실 앞에 정말 작은 서커스 장이 있었다. 소규모 어린이용 서커스 장연 있었다. 낙엽이 쌓여있었고 문이 닫은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전구에 불이 딱 들어오면서 표를 팔더라. 그것도 정말 꿈같았는데, 그걸 표를 사서, 공연을 보고, 그게 디게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 아이들을 몇 번 보았다. 목적 없이 열심히 하지 않아요? 슬프게 열심히하고 몸은 다 컸는데 어떤 어린이의 감수성에 접근을 하면서 나무 옷이라든지 이상한 걸 걸치고 끈을 매달아.
> 애니메이션 하는 것 같은 소리? 그냥 영상 보면 사운드가 없는데, 소리를 입히는 거다. 소리를 입히는 건, 조각할 때 흙을 붙여나가는 것처럼 영화를 단순히 볼 때는 저 영상에서 저 소리가 나오겠지 생각하지만 결국 다 후반작업으로 사운드를 심어준 거잖아. 그걸 너무 당연하게 보고 있는 거죠. 조각을 하듯이 느낌만 맞다면, 정말 다른 엉뚱한 소리를 가져와도 맞을 때 조화가 있다.
#. "동그랗게 이어진 끝없는 계단에는 자욱한 안개가 가득하다. 여기에 어떻게 왔지? 줄곧 걷고 있었어. 거대한 공간 속을 이렇게 방황하다가는..." 전소정, <꿈의 이야기-순이Story of a Dream-Suni>(2009)의 텍스트 중.

이야기와 공간이 섞인다. 공간이 이야기에 있어서 무한한 자유를 주기도 하지만 자기 의사와 무관한 제한을 주기도 한다. 파독광부와 간호사의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모험은 끝이 없다 랄까? 우헤헤
순이에서 얼굴에 꼭 맞는 극장이라는 말이 너무 웃기기도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각 요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장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작가들도 이런 경우가 많이 있겠지만, 특히 움직이는 기억, 움직이는 그림, 움직이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움직임(moving image)’와 움직이는 사람들이 고정되어 있는 ‘무대’를 찾아가서 말하는 것. 무대는 고정되어 있는가? 고정된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역할을 주는 것?
전소정이 만든 극장 안에서 이야기는 낭송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춤이기도, 때로는 서커스가 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어쩔 수 없이 노래 자체가 되기도 한다. <원 맨 씨어터 One man Theater>
이야기는 꿈과 현실을 관통하는 것. 지금의 바깥이 꿈이라는 걸까. 작가가 관심 있는 것은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이야기를 듣게 만드는 제스처, 이야기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친구에게 귀신 이야기를 하는데, 원래 배우 같기도 하고 막 이러면서 내가 되기도 하면서 스토리텔링하면서 하는 게 너무 재밌다. 사소하게 디게 재밌다. 연극적이었다. 쾌감이 있었다. 디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긴장을 풀고. 대화를 하다. 자기에게 몰입을 심하게 몰입되어 있었다. 그래서 연극 하다보다. 처음에는 일반 사람들이랑 하다.
춤추는 댄스홀 서커스, 마술, 시각적인 형태를 그리는 것
경이로운 세계를 담으려는 온갖 시도들 *낚시의 손맛. 낚시는 기다림이다. 진짜 미칠 것 같은 시간이 온다. 그걸 참았을 때의 // 청어 1, 2, 3 할아버지가 그걸 잡는 순간에 모든 것 하나하나가 몹시 중요하다. 헷빛이 어느 정도 비쳐줘야지 물고기가 빛을 보고 바늘에 물리고 바람의 강도라든지 여러 조건이 맞았을 떄 그 상황이 연출이 되니까,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청어 1,2,3 청어들의 역할
전소정의 작업실에서 나눈 대화는 끝이 없었다. 물리적으로 밖이 어둑해질 무렵 작업실을 나왔고, 대화는 마무리를 지었으니 끝이 난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내 며칠 갈래를 알 수 없이 갈라지는 끝없는 길처럼 다양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움직이는 듯했다. 어딘지 가볍게 흥분한 밤 기운에 취해 길을 걸어 나올 때 현실의 한 장면이 꿈을 따라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몽글몽글 안개와 함께 서서히 등장하는 한 편의 서막처럼 저 편에서 무대가 보이는 기분이랄까. 어디로 가는지 어떤 그림이 펼쳐질 지 그 속에서 어떤 형태로 이동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이야기든 환상적인 모험은 어딘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글_현시원

이야기를 짓는 과정/ 손바느질/집을 짓고/드로잉/조각을 전공하고 사진을 찍고 설치를 하고
흑백의 표현들/조명이나 음악/노래를 부르는 것, 춤을 추는 것/-같이 춤을 추는 것, 사람을 들어도 보는 것, 정서적으로

-truthness show
빨간 천이 열리면서 시작되는 마을, 어디에서 봤던 풍경일까.
-움직이는 그림에 대한 사고
-움직이는 그림들을 조각퍼즐처럼 세우고 움직이게 하려는 마음
-그림판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

댓글 없음:

댓글 쓰기